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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in my 배? 노트 목록

LAB NOTE / 01

내 배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불쾌한 배부름에서 떠올린 장난스러운 생각이,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음식 일기가 되기까지.

나는 평소에 이것저것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What's in my 배?도 그런 생각 하나에서 시작했다. 거창한 문제를 발견했다기보다는, 어느 날 너무 많이 먹고 배가 불편했던 쪽에 가깝다.

몇 년 전부터 예전보다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소화 능력도 떨어지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종종 과식을 했다. 먹을 때는 좋았는데, 다 먹고 나면 음식이 목 안까지 꽉 차 있는 것 같은 기분.

더는 기분 좋은 포만감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불쾌한 배부름이었다.

그럴 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내 배 안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방금 먹은 것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생각이 쌓이다가 앱의 출발점이 됐다.

처음에는 조금 불쾌하게 만들고 싶었다

솔직히 처음 목적은 약간의 죄책감을 주는 것이었다. 내가 먹은 것만 기록하고, 그걸 눈앞에 쌓아 보여주면 ‘와, 내가 이렇게 많이 먹었네’ 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시작부터 꽤 짓궂은 앱이었다.

가계부를 쓰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이번 달에 이 정도 썼겠지’ 하고 계산할 때와 실제 지출 내역을 펼쳐볼 때의 체감은 다르다. 먹은 음식도 하나씩 떠올릴 때와 한꺼번에 눈으로 볼 때가 다를 것 같았다. 배부른 기분을,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고 싶었던 셈이다.

그런데 만드는 사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굳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앱을 누가 계속 열어볼까? 그래서 죄책감을 주겠다는 목적은 내려놓고 음식 일기로 방향을 바꿨다. 오늘 먹은 것을 사진으로 남기고, 나중에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앱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다가, 시작하기 싫어졌다

음식 일기라고 정하고 나니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음식 사진은 SNS에도 올릴 수 있는데, 굳이 이 앱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부터도 바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기능을 하나씩 붙여보기 시작했다. AI가 사진 속 음식을 분석해서 식단 관리를 도와주면 어떨까. 어떤 음식을 많이 먹었는지 데이터를 보여주거나, 다음에 먹을 메뉴를 추천해주면 쓸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머릿속의 앱은 금방 꽤 커졌다.

문제는 기능만 늘어나는 게 아니었다. AI를 돌리는 비용, 서버와 호스팅 비용, 그 비용을 감당할 비즈니스 모델까지 생각해야 했다. 사진을 남기는 작은 앱 하나가 어느새 운영과 수익 구조를 먼저 정해야 하는 일이 됐다. 그러다 보니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에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일단 사진을 찍고, 사진을 남기는 최소한의 기능부터 만들기로 했다. 분석과 추천은 나중에 다시 고민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끝까지 만들어볼 수 있는 크기로 줄이는 게 먼저였다.

단순해도, 조금은 귀여웠으면

그렇다고 사진을 저장하는 기능만 넣자니 조금 아쉬웠다. 이름부터 ‘내 배 안에 뭐가 있지?’인 앱인데, 음식을 담는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귀여운 캐릭터를 넣고, 음식을 추가하면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게 했다. 사진에서 분리한 음식 조각은 아래로 떨어져 쌓인다.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짧은 과정 안에, 캐릭터가 먹고 배가 채워지는 느낌을 넣고 싶었다. 처음에 상상했던 ‘먹은 것을 눈으로 보는 경험’은 그렇게 남았다.

일단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앱을 꼭 써야 하는 이유를 완전히 찾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답을 전부 정한 뒤 시작하려고 했다면, 아직도 기능 목록만 늘리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사진을 남기고, 캐릭터가 먹고, 음식이 쌓이는 경험부터 만들고 있다. 이 작은 앱을 어떻게 알릴지, 다음에는 무엇을 더할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시작할 때의 질문 하나가 이렇게 다음 질문들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