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NOTE / 01
댓글 하나에서 다시 시작한 고양이
리소스를 만들다 지쳐 멈춰둔 고양이 앱. 콘텐츠를 더 보고 싶다는 댓글 하나를 계기로, 이번에는 조금 다른 고양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고양이 앱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냥이와 하루’라는 고양이 힐링 앱을 만들었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가장 어려운 건 고양이가 할 일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걸 화면에 보여줄 그림과 움직임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움직임 하나를 늘릴 때마다
당시에는 Grok으로 고양이 영상을 만들고, 그 영상을 프레임별로 나눠 스프라이트 시트로 만들었다. 동작의 각 순간을 한 장에 모아두고, 순서대로 보여줘서 움직이는 것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한 가지 움직임을 만들었을 때는 그럴듯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른 액션을 넣으려면 새 시트가 필요했고, 소품을 적용할 때도 다시 준비해야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날수록 스프라이트 시트 수도 같이 늘어났다.
더 어려웠던 건 일관성이었다. 새로 만들 때마다 고양이의 모습이나 그림의 느낌이 조금씩 달라졌다. 같은 앱 안에서 같은 고양이로 보여야 하는데, 동작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그걸 다시 맞춰야 했다. 콘텐츠를 더 만드는 일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화면도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
UI도 비슷했다. 고양이와 잘 어울리는 화면을 뽑아내기가 어려워서 무료 에셋을 이것저것 가져다 썼다. 각각 볼 때는 괜찮았는데, 한 화면에 모으니 서로 다른 느낌이 그대로 드러났다.
귀여운 앱을 만들고 싶었는데, 정작 내가 보기에도 화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맞추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UI까지 다듬으려니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결국 더 만들던 작업을 멈췄다.
그런데, 더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에 그 앱에 달린 댓글 하나를 보게 됐다.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며 콘텐츠를 좀 더 추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만들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안의 고양이를 좋아했고, 더 보고 싶다고 말해줬다. 그 댓글을 보고 나니 멈춰둔 고양이 앱을 다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마침 Astra가 나와서, 이번에는 새 도구와 함께 다시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에 막혔던 부분을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앱이 ‘고양이의 창가’다.
이번에는 조금 더 고양이처럼
이전 고양이는 귀여운 캐릭터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실제 고양이 같은 느낌을 내보고 싶었다.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나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만으로도, 고양이가 곁에 있는 기분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도 바꿔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동작마다 영상을 만들고 프레임을 잘라내는 대신, 그림에 관절과 움직일 지점을 잡아주는 리깅을 시도했다. 같은 그림을 조금씩 움직이고 변형해서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기대게 하는 방식이다.
리깅을 쓴다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었다. 얼굴을 돌릴 때 목이 어색하게 이어지기도 하고, 몸이 움직일 때 파츠 사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같은 고양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작은 움직임을 하나씩 다듬어보고 싶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괜찮은 앱
아직 큰 기획은 없다. 어떤 기능을 얼마나 많이 넣을지보다, 이 고양이를 가만히 보고 있는 시간이 좋았으면 한다.
창가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천천히 눈을 감거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드는 모습. 손을 대면 작은 반응을 보여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함께 있는 것. 그런 장면만으로 잠깐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전 앱을 더 만들지 못했던 아쉬움과, 그래도 그 고양이가 귀여웠다는 댓글 하나에서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뭘 더 해야 하는 앱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창가를 만들어보고 싶다.